자동차 산업은 관세, 수익성 악화, 기술 전환 등 복합 변수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생산 전략과 공급망, 신차 라인업을 조정하며 대응에 나섰습니다. 8월호에선 관세 이슈부터 구조조정, 전기차와 자율주행, 배터리 협력까지 산업 전반의 주요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1.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현대차그룹 7월 미국서 13.2% 성장
7월 30일, 한국과 미국이 자동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현대차그룹도 숨통을 트이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안이 처음 발표된 5월 이후, 아반떼 등 수출 차량에 대당 약 1,000만 원의 관세가 적용되며 수익성에 큰 부담이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2분기에만 약 8,282억 원의 관세 비용을 부담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8% 감소한 3조 6,01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관세 영향이 없었다면, 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2분기 기준 현대차그룹의 매출은 48조 2,867억 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관세·인센티브 확대·원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익성은 약화된 상태입니다. 현대차는 비관세 재고가 소진되는 3분기부터는 관세 부담이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부품 공급처 다변화, 재료비 절감 등을 통해 대응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 4,000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관세 인상 이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고, 싼타페 등 주요 차종에 대한 할인 정책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 대응이 주효한 결과로 평가됩니다. 특히 아반떼는 관세 부담 속에서도 전년 대비 20% 증가한 7만 4,768대를 판매하며,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7월 판매 실적도 지난해 동월 대비 13.2% 증가한 총 15만 7353대를 판매했습니다. 현대차는 8만 6230대(제네시스 6687대 포함)를 팔아 14.4% 성장했고, 기아는 7만 1123대를 판매해 11.9% 늘었습니다. 특히, 친환경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7월 미국에서 판매한 친환경차는 4만 850대로 1년 새 42.6% 늘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관세·환율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수익 포트폴리오 구축을 목표로, 북미 시장 내 가격 인상 없이 점유율을 방어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아는 7월 말 ‘더 기아 PV5 테크 데이’를 통해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전용 모델인 PV5를 선보이며 기술 기반의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차량 관제, 운영 최적화, 충전 솔루션이 통합된 이 모델은 향후 PV7, PV1 등으로 확장되며,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의 중추가 될 전망입니다.
2. 친환경차가 주도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방향 전환
국내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국내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한 63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고가 친환경차의 수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으며, 수출 대수는 20만 9,000대로 소폭(0.6%) 증가했습니다. 미국향 수출은 고율 관세 영향으로 16% 감소했으나, EU(37.4%), 중남미(45.3%), 아시아(66.5%) 등 다른 지역에서의 수출 증가가 이를 상쇄했습니다. 특히 미국 의존도가 낮은 기아,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의 수출 실적은 비교적 견고했습니다. 현대차는 관세 부담에도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며 운영 전략을 유지해왔고,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향후 수출 회복 기반도 마련된 상황입니다.
내수 시장에서도 친환경차의 존재감은 확연히 커지고 있습니다. 6월 기준 친환경차 판매량은 7만 2,660대로 전년 대비 36.1% 증가했고, 전기차는 2개월 연속 2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 신차 판매 84만 2,685대 가운데 전기차는 9만 3,569대를 기록하며 11.1%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7% 증가한 수치로, 신차 출시와 지자체 보조금 확대 등이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상반기 새로 등록된 국내 신차 9종 중 5종이 전기차였습니다. 이 가운데 기아 EV3가 1만 2,299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아이오닉 9, 기아 EV4, KG모빌리티 무쏘 EV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 Y는 상반기 1만 5,432대가 팔리며 수입차 전체 1위를 기록했고, BYD 아토3, 폴스타4 등도 높은 가성비와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 층을 확대 중입니다.
3. 미 관세 인상 본격화… 브랜드 지형 변화 예고되는 미국 자동차 시장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을 통해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자동차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반면, 일본은 기존 기본 세율 2.5%에 12.5%의 추가 관세를 더하는 방식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관세 부담 완화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이에 따른 기업 간 전략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일본의 토요타는 전체 미국 판매 물량의 약 25%를 자국에서 수출하는 구조로, 관세율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회복 효과가 기대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라 북미 전략 모델인 ‘크라운’과 같은 일본 생산 모델들도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현대차그룹이나 유럽계 브랜드처럼 미국 내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수익성에 부담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국 산업을 키우겠다며 세계 각국과 벌인 ‘관세 전쟁’에 미국 자동차 업계 ‘빅3′인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사는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여오는 물량이 적지 않은 데다, 주로 외국산을 쓰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이 50%나 되는 고율의 품목 관세가 붙어 생산 원가가 크게 오른 탓입니다. 이런 구조 탓에 역설적으로 미국 기업들도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자동차 빅3의 2분기 실적은 작년보다 크게 악화됐습니다. 포드는 영업이익(약 21억달러)이 지난해 동기 대비 22% 급감했습니다. 특히, 관세로 인한 비용이 8억달러(약 1조1000억원)나 돼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GM은 지난 2분기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스텔란티스는 올 상반기 3억유로(약 5000억원)의 관세 비용을 떠안으며, 두 회사는 영업이익이 각각 32%, 94% 줄었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제조업에 가장 의존하는 자동차 제조 업체가 관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아이러니가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온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224억 9,600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23% 줄어든 0.40달러, 영업이익은 42% 감소한 9억 2,3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가 유럽 소비자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켜 ‘불매’ 움직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테슬라 2분기 실적을 두고 “10년 역사상 최대폭의 매출 감소”라며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UBS(스위스연방은행)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대평가됐다”며 목표주가를 최근 주가보다 100달러가량 낮은 215달러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볼보는 미국 정부로부터 유럽산 SUV 일부에 대해 1년간 관세 유예를 받아 한숨 돌렸지만, 세단 및 왜건 라인업의 미국 판매를 중단하거나 제한하며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특히 고마진 SUV 중심의 생산 및 수출 전략으로 전환해, EX30과 XC60 같은 모델을 중심으로 미국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4. 글로벌 완성차, 생산거점 재편 나서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수요 부진과 공장 가동률 저하에 대응해, 일본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오파마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대만 폭스콘에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파마는 과거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가 생산된 핵심 전기차 생산 기지였으나, 최근 가동률이 40%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닛산은 이 공장에서의 고용과 지역 생태계를 유지하고자 폭스콘과의 협력을 추진 중이며, 이와 별도로 향후 3년 내 일본 내 2곳 공장의 생산을 종료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폭스콘은 잉여 설비를 활용해 자체 전기차 생산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특히 전 닛산 임원이자 전기차 전략가인 세키 준을 영입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혼다-닛산 경영 통합 논의의 촉매가 될 정도로 일본 자동차 업계 내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미쓰비시는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1973년 부터 약 50년간 중국에 진출해 온 미쓰비시는 2023년 완성차 생산과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엔진 부품 사업까지 정리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중국 내 모든 사업 철수로 볼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도 중국 난징에 위치한 내연차 공장을 폐쇄하고, 생산 설비를 인근 도시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중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내연기관차 공장 폐쇄 사례입니다. 물류 한계, 도심지 입지의 제약, 전기차 전환에 따른 설비 확장성 부족 등이 주요 배경입니다. 다만 폭스바겐은 전기차 사업에서는 빠른 성과를 내고 있으며,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해 글로벌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편, GM은 당초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전환할 예정이던 오라이언 공장의 일부 시설을 내연기관 대형 SUV 및 픽업트럭 생산 기지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수요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상황에서, 고수익 내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한 전략 전환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기업평균연비제(CAFE) 관련 벌금을 유예하면서, 내연기관차 생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복합적으로 요동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유연한 전략과 구조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며,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함께 준비하겠습니다.
9월에도 더욱 다양한 이슈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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