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산업은 늘 변화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정책 변화, 소비자의 선택이 맞물리며 성장과 도전을 동시에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번달 모빌리티 이슈는 로봇과 스마트 공장으로 대표되는 생산 혁신, 전기차 시장 확대와 정책 변화, 그리고 무역 갈등이 불러온 충격까지, 최근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1. 성과와 협력, 글로벌 위상 높이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3조 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2위에 올랐습니다. 판매량은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3위였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2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반기 기준 수익성 측면에서 폭스바겐그룹을 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반기에는 미국 현지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이 시작돼 관세 부담을 피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미 투자도 확대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에 대미 투자 규모를 약 7조원 더 늘리면서 한미 경제협력 지원에 나섰습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액은 기존의 210억달러에서 260억달러(약 36조원)로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 증가합니다. 이번에 추가된 약 7조원의 투자금은 미국 내 로봇공장 신설과 자동차 생산능력 향상 등 기존 투자 지원 강화에 쓰일 계획입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비즈니스 라운드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SDV 전환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공급망 강화도 병행됩니다. 미국 내 생산능력 확충 및 배터리팩 현지 조달,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등의 계획이 공개됐으며,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장기 경쟁력을 높여갈 예정입니다.
글로벌 협력 전략 역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GM은 북미·중남미 시장을 겨냥해 총 5종의 차량 플랫폼을 공동 개발합니다. 현대차는 전기 상용 밴과 소형 승용차·SUV·픽업트럭을, GM은 중형 픽업트럭을 담당하며, 2028년부터 연간 80만 대 이상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양사는 지난 2024년 9월 미국 뉴욕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배라 GM 회장이 포괄적 업무 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현대차는 픽업트럭 라인업을 강화하고, GM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확보해 상호 약점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공급망 협력으로 관세 충격과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정주영 창업주,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을 ‘100주년 기념상(Centennial Award)’ 수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기술과 삶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 하이브리드·전기차 '전성시대'…상반기 친환경차 판매 비중 38% 차지
국내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신차 판매량의 38.2%가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0%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기차만 놓고 보면 상반기 9만 3,569대가 등록되었으며, 전체 신차의 11.1%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22만 8,478대가 등록되며, 전년 대비 21.6% 늘어났습니다.
특히 기아의 EV3(1만 2,525대), EV4(3,277대), 현대차의 아이오닉 9(4,789대), 캐스퍼 일렉트릭(4,522대) 등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가 구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으며, 테슬라 모델Y는 상반기 1만 5,432대 판매되며 수입 전기차 1위를 기록했습니다. BMW, 르노, BYD 등도 경쟁적으로 신형 전기차를 출시하며 시장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7월 한 달만 보더라도 국내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67% 급증해 2만 5,148대를 기록했으며, 전기차가 전체 신차의 16.7%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국내 전기차 시장 역사상 가장 높은 비중으로, 업계는 EV 신차 출시와 브랜드 다각화를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으며, 중고 전기차 가격 상승 역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도 보조금 정책을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보급 속도 둔화와 예산 불용 등의 이유로 보조금을 점차 축소해왔으나, 환경부는 "전기·수소차 점유율이 30%를 넘어설 때까지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시에 내연차 폐차 조건으로 전기차 전환 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연차 전환지원금’ 신설 방안도 논의 중입니다.
수출 흐름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고율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EU(+32.7%), 아시아(+34.6%), 중남미(+37.4%) 등지에서의 수출이 이를 상쇄하며 전체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미국 세액공제 종료와 현지 생산 확대에 따라 국내 수출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제3지역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들의 전략 역시 변화를 보였습니다. 국내 생산은 점차 유럽 및 아시아 중심의 수출 물량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미국 현지 생산 중심의 재배치도 본격화 추세입니다. 전기차 생산 라인의 유연한 배분, 보조금 수혜 조건 조정 등의 병행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생산 전략 전환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3. 미국 자동차 관세 충격, 글로벌 완성차 ‘팬데믹급 손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우려했던 자동차 산업의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된 25% 관세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분기 관세로 인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손실 규모는 약 118억 달러(16조 4,000억 원)에 달하며, 글로벌 상위 10대 제조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5% 줄어 2020년 코로나19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 도요타는 관세로만 2분기 영업이익이 30억 달러 줄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폭스바겐(15억 1000만 달러), GM(11억 달러), 포드(10억 달러), 혼다(8억 5000만 달러), BMW(6억 8000만 달러)가 뒤를 이었으며 현대차(6억 600만 달러)와 기아(5억 7000만 달러)는 총 11억 70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마쓰다·닛산도 각각 4억 7000만 달러 수준의 타격을 입었습니다.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 7곳의 연간 영업 손실 규모는 약 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자동차 업계의 관세 쇼크가 상당합니다. 도요타의 경우, 환율 악화까지 겹치면서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혼다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고, 마쓰다는 3,900억 원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일본의 7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8.4% 줄어 넉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며, 무역수지는 두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관세 부담을 자체 흡수하며 버티던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고, 향후 수출 물량 감소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4.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전년 대비 31.8% ↑… 테슬라 전년 대비 13.2% ↓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약 947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8% 증가했습니다.
그룹별로는 중국 BYD가 199만 8,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21.1%로 1위를 지켰습니다(전년 대비 32.4%↑). 지리그룹은 96만 대(71.3%↑)를 기록해 점유율을 10.1%로 높이며 2위에 올랐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72만 1,000대로 13.2% 감소하며 순위가 3위로 내려앉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9만 5,000대(9%↑)를 판매하며 7위를 기록했고, 아이오닉5와 기아 EV3, 캐스퍼 EV, EV5, 크레타 일렉트릭 등이 성장세를 이끌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598만 1,000대(38.4%↑)로 점유율 63.2%를 차지했고, 유럽은 194만 7,000대(28.3%↑, 점유율 20.6%), 북미는 85만 5,000대(0.8%↓, 점유율 9%)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상반기 21.9% 성장했습니다. 폭스바겐, 테슬라, 현대차 순으로 판매량이 많았으며,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9과 기아 EV3는 ‘2025 탑기어 전기차 어워즈’에서 각각 ‘최고의 7인승 전기차’와 ‘최고의 크로스오버 전기차’에 선정되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반면 중국은 정부가 5월 ‘지나친 가격 출혈 경쟁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판매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7월 판매는 전월 대비 5% 줄어든 126만 대에 그쳤고, 평균 할인율도 17.4%에서 16.7%로 낮아졌습니다. 더불어 내년부터는 전기차에 5% 판매세가 부과되고, 2028년부터는 10% 세금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유럽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영국은 가격 3만 7,000파운드 이하 전기차 구매 시 최대 10% 보조금을 지원하고, 독일은 구매가의 75%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이탈리아는 9월부터 최대 1만 1,000유로(약 1,600만 원)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EV3, 아이오닉9, 아이오닉6, 넥쏘를 순차 출시하고, 기아는 EV4·EV5·PV5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도요타도 내년까지 전기차 14종을 유럽에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듭니다.
5. 전기차 전환, 기회와 위기의 교차
전기차 시장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글로벌 각지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함께 구조적 리스크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포드가 켄터키 루이빌 공장을 전기차 생산시설로 전환하는 데 2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3만 달러대의 중형 전기 픽업을 2027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며, ‘범용 EV 플랫폼’을 적용해 부품 수를 20% 줄이고 조립 속도를 15% 높여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립니다. 이번 투자로 포드는 미시간 배터리 공장과 함께 총 50억 달러를 투입해 약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포르쉐가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철회하면서 ‘배터리 자립’ 전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독일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을 접었습니다. 포르쉐는 키르헨텔린스푸르트에 있는 셀포스 공장에서 생산을 늘린 뒤 두 번째 공장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앞으로는 배터리 셀 연구·개발에만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고성능 배터리 생산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중국 고급 전기차 시장 부진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앞서 노스볼트가 파산한 데 이어 포르쉐마저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럽의 ‘배터리 자립’ 전략은 큰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테슬라는 로보택시 사업을 둘러싼 주주 집단소송에 휘말렸습니다. 주주들은 테슬라가 ‘오스틴에서 시작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의 중대한 위험을 은폐하고 자율주행 기술 전망을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하며, 과속·급제동·차선 이탈·중간 하차 사례가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서비스 개시 직후 하루 만에 8.23% 상승했으나, 이후 2거래일 동안 6.06% 하락했습니다. 이번 소송은 2023년 4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2년간 주주들의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자율주행 기술 신뢰성과 전기차 산업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9월 글로벌 모빌리티 이슈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관세·보조금·배터리 공급망·자율주행 기술 등 산업을 둘러싼 변수들을 살펴봤습니다. 점차 산업의 복잡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트랜시스는 이러한 변화의 신호를 면밀히 분석하고,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준비를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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